난 2년동안 다녔던 방송통신대학에 대한 회고
June 29, 2015

저는 비전공자입니다. 그래서인지 소프트웨어 개발일을 하면서 늘 비전공자 딱지를 달고 일을 해왔던거 같습니다. 사실 학위라는게 그 사람의 실력을 말해주는 것도 아니라 큰 의미가 없다는게 평소의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만, 막상 일을 하다보면 내가 잘 모르거나 생소한 용어가 나올때마다 비전공자라서 그런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쳐낼수 없더군요. 나름대로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는데 노력도 해보았지만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든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어떤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내가 뭘 모르는지 조차도 모르는 상황이 생겨버려서 쉽게 포기해버리기도 하더라구요. 이건 아무래도 체계적이고 연쇄적인 학습이 이뤄지지 않는 탓이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떨어져나가지 않는 비전공자의 족쇄를 영원히 끊어버리기 위해 학위를 따기로 결심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오프라인 대학을 선택하는건 무리였기에 온라인으로 학위 취득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았죠. 결국 선택지는 사이버대학이냐 방송통신대학이냐 였습니다.

우선 사이버대학의 장점이라면, 소속 학교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시험을 집에서 치르기 때문에 학위취득이 수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립이라 학비가 비싸고 학위취득이 수월하다보니 평소에는 공부에 소홀하게 되어 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죠. 반면에, 방송통신대학은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고, 학기당 학교에 나가야하는 출석수업이 며칠 포함되기 때문에 직장인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노력에 따라 점수를 얻을 수 있고 실력향상에도 어느정도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학비가 저렴한편입니다. 저는 학위도 중요했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에 사이버대학이 아닌 방송통신대학을 선택했습니다. 방송통신대학은 보통 ‘방통대’, ‘방송대’ 등으로 불리곤 합니다(이하 방송대).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글이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방송대를 다닐까 고민하셨던 분들이나 직접 다녀본 사람들이 방송대는 빡빡해서 졸업하기 어렵다고들 하더라구요. 그것도 정규 학기만에 졸업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들 하죠. 보통 4 년과정일때 5~7 년 정도를 생각한다고 할 정도니까요.

괜한 말들에 겁먹어 봤자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법. 과감하게 등록을 했습니다. 방송대를 다녀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재작년 여름이라 가을학기부터 다니기로 했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느정도 수준 소득 아래의 연봉을 받고 계신 분들은 등록한 학기부터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입학금과 수업료를 내고 말았죠. 등록금이라 하기에는 너무 싼 40 만원도 안하는 돈이긴 하지만, 나이가 있고 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쉽게 쓸 수 있는 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첫 학기라 그랬을까요? 아니면 사이버대학에 비해서 3~4 배 정도 저렴한 학비 때문이었을까요, 학교를 다시 다닌다는 마음에 선뜻 결제를 해버렸습니다. 당시 교재비까지 포함해도 대략 40 만원 안팍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등록하실때 반드시 주의할점은, 교재비는 결제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교재비는 해당 학년의 학기의 모든 과목에 대한 교재비입니다. 만약에 미리 등록된 과목이 아닌 다른 학년이나 다른 학과의 수업을 들으려고 하면 미리 결제한 교재는 쓸모없게 되버리겠죠. 그래서 꼭 수강신청을 완료한 후에 자신이 등록한 과목의 교재를 사야합니다.

방송통신대학의 강의는 이름 그대로 방송과 통신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는 세가지 인데, 웹을 통한 강의, 스마트폰을 이용한 강의, 그리고 TV 를 통한 강의가 있죠. 이 중 TV 에서 나오는 강의는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다수는 웹을 이용하게 되죠. 하지만, 눈 뜨기 무섭게 만원 지하철을 뚫고 회사에서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퇴근 후 웹을 이용한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웬만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요즘에는 어딜가든 내 분신처럼 따라다니는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에 내가 어디에 있던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화면이 작아 조금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5 인치 정도 되는 크기의 스마트폰이라면 충분히 시청 가능하죠. 그 작은 화면으로 미드와 영화는 충분히 잘 보면서 강의는 화면이 작아서 못듣겠다는건 그냥 핑계꺼리일뿐이겠죠.

지난 2 년 동안 거의 모든 강의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들었습니다. 출근할때 한개, 퇴근할때 한개 들으면(집이 좀 멀어야겠죠^^ 저는 인천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해서 충분히 가능했죠) 학기 중에 충분히 모든 강의를 듣고도 남습니다. 한 과목이 15 강으로 이뤄져있고, 보통은 6 과목(18 학점)을 듣기 때문에 총 90 개의 강의로 이뤄져있습니다. 하루에 2 개씩 듣고 주중에만 듣는다고 가정하더라도 9 주일이면 충분히 시청할 수 있습니다. 중간, 기말, 대체시험 등 시험기간을 제외하더라도 충분한 시간입니다. 결국 시간 없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단 얘기죠. 혹시라도 일이 너무 많아 주말에도 철야를 해야할 정도의 회사라면 하루빨리 그만두는게 몸과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조금 자랑 섞인 말을 해보려고합니다. 저는 학사편입으로 3 학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매 학기마다 듣고 싶은 강의만 골라서 들었고, 다양한 교양수업과 타학과 전공수업(불문과, 미디어학과, 통계학과 등)도 수강하면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강의를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주어진대로만 수강하지 않고 저 자신의 취향과 의지가 들어가다보니 나름의 동기부여도 됐을뿐 아니라 듣고싶었던 과목을 듣는거라 학점을 취득하기도 훨씬 수월했습니다. 그 결과 3 번의 학기(마지막은 아직 안나왔으니)동안 총 2 번의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총 평점도 4.3 만점에 4.1 이 넘는답니다.

사실 방송통신대학에서 점수를 따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전체 강의를 한번 다 듣고 난뒤에는 지금까지 쌓여있는 기출문제와 워크북의 문제만 풀어봐도 충분히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방송대에서 A 이상의 학점을 받으려면 90 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해야하는데,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어진 강의와 기출, 그리고 워크북만 잘 숙지한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 교수님들이나 조교들도 방송대 문제를 매년 새롭게 만들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목이 신설됐거나 교수님이 바꼈을 때와 같이 상황이 바꼈을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제경향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참고할 사항이 없기 때문에 확실한 준비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때는 들었던 강의를 여러번 다시 돌려보거나, 교재 위주로 공부할 것을 추천 드립니다. 결국에는 강의하시는 교수님들도 자기가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는 출제하지 않으시니까요.

그리고 방송대에서 큰 문제중 하나는 바로 졸업논문이랍니다. 원격으로 강의를 수강하면서 논문이라뇨. 정말 청천벽력같은 일이었습니다. 시작도 안해보고 그 부담감 때문에 논문이 아닌 다른 방법이 없나 찾아보았습니다. 구하는자에게 길이 있다는 말이 딱 맞는것처럼 논문을 쓰지 않고 졸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더군요. 바로 자격증!!! 제가 다닌 컴퓨터과학과의 경우에는 정보처리기사와 전자계산기조직응용기사라는 이름도 거창하게 긴 두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면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되죠. 정보처리기사를 이전에 취득했기에 다행이다 싶던 찰나, 자세히 살펴보니 2005 년부터는 재학중 취득한 자에게만 허용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울며겨자먹기로 듣도보도 못한 전자계산기조직응용기사라는 자격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뭐, 정보처리기사와 비슷하긴한데, 문제는 실기!!!! 직접 전자회로를 만들어서 제출하는게 실기!!! 이런…ㅠㅠ 그래도 방법이 있었으니, 실기(필답형 80 + 실기형 20)에서 60 점을 받으면 합격인데, 필답형 80 점중에 60 점을 취득하면 실기형은 출석만해도 된다는 거!! 뭐 이런 자격증이 있나 싶었지만, 논문은 죽어도 쓰기 싫어서 한번 해보기로 했지요. 결과는 한번에 취득!!!

아직 마지막 학기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채점 해본 결과 무난하게 졸업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총 2 년간 4 학기를 다닌다는게 누가 볼 때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다만, 궁한 사람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남들이 무언가에 도전하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어렵게 보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정말로 절실히, 격렬하게 그 일이 되길 원한다면 주위의 모든 것들이 그 일이 되도록 도와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방송대 2 년은 학위보다는 도전의 시작이라는 느낌입니다. 이제 시작되었고 앞으로 살면서 또다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할텐데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그 일들을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밑거름이 된 2 년이라 생각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