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2020-03-01

“Isn’t everything we do in life a way to be loved a little more?”
(우리가 인생에서 하는 모든 행동들은 더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닐까?)

- 비포 선라이즈 중 셀린의 대사 -

인간은 태어나서 부모의 돌봄 없이는 단 하루도 생존할 수 없다. 스스로 걷지도 말하지도 심지어는 밥을 먹지도 못한다. 8살이 되어 학교에가도 마찬가지다. 항상 부모와 선생님의 도움을 필요로한다. 청소년기를 지나 육체적으로 성숙하더라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본인은 더이상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없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여전히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는 부모의 지원이 필수다.

떠들썩한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가끔 허전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분명 사람들과 같이 있을때는 시간가는줄 모르고 재미있고 즐겼는데 왜 혼자 집에 돌아갈때 허전함이 느껴졌을까? 집에 가봐야 반겨주는 사람 하나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였지만 진짜 날 이해하는 사람 하나 없어서였을까? 친구를 만나도 연애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함께하는 순간들은 행복했지만, 혼자가 되면 여전히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부모와 같이 살때는 오로지 벗어날 생각만 했는데, 막상 혼자가 되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결핍에 시달린다. 그 대상이 사랑일 수도 있고 친구와의 우정일 수도 있다. 물질적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고 열정을 쏟을 어떤 것이나 세상의 인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사랑을 하고 친구를 만난다. 하지만 온전히 나를 이해한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내가 하는 말, 내가 하는 행동, 내 생각을 타인이 곧이곧대로 알아주고 이해하는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이해하는 척은 할 수도 있겠지만...). 끊임없이 물건을 사면서 허전함을 채워보지만 물건으로 채운 만족은 유효기간이 짧다. 세상의 인정을 받아보기 위해(유명해지기 위해) 갖은 수단을 써보지만, 세상의 인정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유명해지기 위한 욕구는 중독과도 같다. 그래서 대중에게 인기 있던 연예인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번 맞본 대중의 관심은 되돌리기 어렵다. 우울증은 점점 심해지고 종국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우리가 불완전한 존재라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는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고 행동할 때 항상 자신이 옳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심사숙고 하고 내린 결정이든 관계없이 행하는 순간에는 항상 옳다는 확신이 바탕이 된다. 문제는 이 확신이 자신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타인을 대할 때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가 옳다고 믿는 것 처럼 상대방의 행동도 내 기준에 부합할것을 기대한다. 만약 상대방의 행위가 내 기준에 못 미친다 느껴지면 이해할 수 없게 되고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말,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결국 아주 작은 행위로부터 각종 결핍, 실망, 오해, 갈등이 탄생한다. 아주 하찮은 말 한마디에 그토록 사랑했던 사이도 단 한순간에 남이 되버린다.

우리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혼자 살 수도 없다. 어떻게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남들의 시선과 평가를 통해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만약 누군가 내게 남을 잘 배려하는 사람인것 같다 얘기한다면 기존에 내가 어떻든 상관없이 정말 그러한 사람처럼 느낀다. 한 인간의 정체성은 타인의 평가가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 해주길 원하고 내 언행이 받아들여지길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내 모든 말과 행동을 상대에게 인정받음으로써 결국 내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이상적으로 완전한 존재였다면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기대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결핍도 외로움도 없고 내 존재와 의지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태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고 욕망한다. 타인에게 기대하고 세상에 기대한다. 그리고 실망한다. 사랑하고 사랑받길 원한다. 그래서 셀린이 제시에게 그렇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결국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한거라고...